EBS 온라인 클래스

2월 말 갑자기 EBS로부터 연락이 왔다. 교육부로부터 긴급하게 요청받은 일이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EBS와 함께 2년간 개발했던 코딩플랫폼인 이솦을 활용해서 학교에서 원격 수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학습관리플랫폼(LMS)을 급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발기간은 2주. 교육부로부터의 요청 건임을 고려하여 이미 추진 중이었던 일을 미루고 바로 인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일이 그렇게 커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던 3월 초, 이솦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던 기존의 서버들을 별도로 분리하고 있던 중 갑자기 교육부에서 3월 10일로 예정되었던 학교의 개학 일정을 4월로 연기하기로 발표하였다. 곧이어 원래 3,000명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었던 서비스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고등학교 3만명을 대상으로 변경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는 1개군으로 구성되었던 서버를 급하게 10개군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그동안 계획하지 않았던 다중 서비스 관리에 대한 기능이 별도로 필요하게 되었다. 개발쪽에서는 일정상 통합방식의 서비스 운영을 포기하고 학교 단위별로 분리된 서버를 운영하기 위한 개발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개군의 서버를 50개군으로, 그리고 다시 100개군의 서버로 늘려야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대상은 전국 중・고등학교 전체 3백만명으로, 오픈 마감기한은 4월 9일이었다.

개발자팀을 이끌던 PM뿐만 아니라 참여했던 모든 전문가들이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판단했다. 개발 일정뿐만 아니라 오픈 후 3백만명의 전국 중・고등학생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 서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것도 불가능했으므로 일정을 맞추기로 하고 밤샘작업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 후 마침내 시스템이 오픈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한꺼번에 쏟아진 사용자들의 트래픽으로 인해 서버가 버티질 못하고 다운되는 현상이 며칠동안 이어졌으며, 성능 최적화라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으로 인해 개발진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개발자들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시점에 비로소 상황실이 꾸려지고 인프라, 소프트웨어, DB, 네트워크 전문가, 튜닝 전문가, 개발 전문가 등이 참여한 거대한 TFT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교육부와 EBS 구성원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업체와 공공기관에서 파견되었던 전문가들까지 포함하면 스무 명 이상의 인원이 매일 상주했고, 문제 발생 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의사결정을 내려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다. 상황실 운영이 시작된지 2주 후에는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차츰 서비스가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4월 15일에 모든 학년이 들어왔던 시점부터는 큰 무리없이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었다. 동접자 70만명을 버틸 수 있는 서비스가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엄청난 일이 폭풍우처럼 지나쳐갔지만 EBS 온라인클래스로 인해 생겼던 해프닝들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교육 분야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변화들을 고려해보면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 교사들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이러한 초유의 상황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들이 앞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피난처를 마련하다.

원래대로라면 3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성능에 대한 최적화뿐만 아니라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서버 아키텍쳐와 개발 방식 등 사전에 검토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EBS 온라인클래스는 이러한 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내부에서 자조적으로 썼던 표현 중 “조각배를 이어붙여 항공모함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었다. 거의 1,000대에 육박하는 서버들이 운영되고 있었고, 이러한 서버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자원들을 3만명 단위로 묶어서 분산 운영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일관성(Consistency)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피와 땀을 갈아 넣은 것이다.

순식간에 개발이 되어 운영모드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단순한 아키텍처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대신 희생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성능의 최적화를 위해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기능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간단한 평가 정도로만 제한하게 되었고, 흔히 LMS에서 제공되었던 다양한 도구적인 기능은 물론이고 초・중등단위의 개별적인 수업운영방식과 교사들이 각각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기능도 충분하게 고려되지 못했다.

자연재해로 이재민이 생겨났을 때 정부에서 체육관에 임시거처를 마련해주는 것처럼, 교육부는 면대면으로는 만날 수 없는 교사들과 학생들을 위해 임시 오작교를 만들어 제공한 셈이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학교를 대신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를 제공하지는 못했지만, 당장의 수업 운영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 역할은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비대면 원격교육 방식이 지속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면, 교육부에서 긴급하게 마련한 현재의 피난처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에서 다루고 있던 교육 이슈들을 다시금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학벌・스펙 중심 사회의 종말 : 역량 중심의 사회로의 전환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을 좀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견하고 있는 여러 징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빌 드레이튼은 아쇼카 재단의 창립자로, 사회적기업가에 대한 개념을 만들었으며 교육 분야에서 꽤나 저명한 인사다. 그가 “현재의 아이들은 성실하게 정해진 대로 살아서는 결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는 첫번째 세대다”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현재 아이들이 성실히 사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이슈로 인해 큰 사회적 논란이 생긴 이유도, 학벌과 스펙을 중심으로 성실히 살아왔던 젊은 세대들의 절망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이다. 일치감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학 학력과는 무관하게 인력을 선발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기성세대의 조언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 : 인공지능(AI)

교육의 또 다른 위기는 교육 내부가 아닌 교육 외부에서 출현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인간의 능력을 대체해나갈 것이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작곡, 소설, 그림 등의 창작분야나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그 역할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왔던 택시, 택배, 트럭 운전사 등 다양한 운송산업 종사자들은 자동주행차량과 드론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콜센터 직원, 부동산 중개인, 심지어는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의 직업적 기능이 대폭 축소・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실패한 저항운동은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이고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지 않고 기계를 활용하면서 그 위기를 극복했듯,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대신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그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현대 기계공학의 결정체는 자동차이지만,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기계공학 이론을 배울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운전면허증과 같은 활용법이다. 21세기를 살아갈 인재들이 인공지능과 공생하기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서, 미래 세대가 갖추어야할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의 역할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기업교육의 변화 : 70:20:10 Learning Model

기업교육분야에서는 일찌감치 기존의 학습공간(교실, 온라인학습시스템)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방식에 대한 한계성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숙력된 직원을 양성시키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해오고 있었다. 소위 HRD라고 하는 분야에서 주로 행해진 일이다. 하지만 이들 교육 프로그램이 개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드러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기업에서 개인들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대부분 현장에 투입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체득(70%)되거나 동료들간의 코치나 멘토링을 통해 습득(20%)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70:20:10 이론의 핵심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동안 기업들이 운영해왔던 다양한 종류의 교육・훈련 방식이 거의 의미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업무와 교육을 구분하고 시간과 장소를 나누어 이루어졌던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일과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교육・훈련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를 하는 동안 틈틈이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장한 ‘마이크로러닝’은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탄생한 새로운 교육방식 중 하나이다.

한국 교육의 현실 : 학생들의 행복지수의 위기

시선을 돌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교육 문제에 주목해보겠다. 아래 이미지는 2015년도에 시행한 PISA의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학생들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삶의 만족도는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의 교육방식이 한참 어긋나 있다는 것은 비슷한 성적권에 있는 북유럽 국가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취했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코로나 상황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도 학생들의 행복은 현재의 교육에서 여전히 사치스러운 말처럼 여겨지고 있다. 즉, 우리의 교육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여전히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의 교훈 : 그래도 의미는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던 다양한 교육 이슈들을 점검해보았다. 이들 이슈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교육분야에서 취해왔던 대응들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제기되었던 본질적인 교육문제들을 해결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해결책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그간의 대응의 효과성과는 관계없이 앞으로 교육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큰 변화의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이렇게 표현했다.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만에 이뤄졌다”. 학교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이것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2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려도 안될 것만 같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주역은 교수자(교수, 교사)들이다. 기존에 컴퓨터는 수업자료를 만들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으로만 활용되어 왔지만, 현재는 실시간 강의를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용도가 바뀌고 있다. 학교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이전에는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일들이었고 10년정도가 걸릴 수 있는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렇듯 DT가 학교에서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수업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수자들의 인식 전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면대면 방식의 수업에서는 가르치는 역할이 절대적이었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교수자의 역할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무언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한참일 때 쏟아졌던 기사들의 타이틀만 보더라도 이러한 변화가 향후 학교나 교수들의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기대된다. 온라인 개학을 통해 교사와 학교의 역할 변화에 대한 진지한 담론들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동안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변화를 이끌어갈 만한 동력과 주체가 불분명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역량

공교육쪽의 교육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WEF에서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평생학습을 위한 스킬셋’을 참고해봤으면 한다. 

이 스킬셋에 따르면, 그동안 학교 수업에서 강조했던 내용들은 16가지 스킬 중 1, 2, 3번에 해당된다. 나머지는 아직 우리의 공교육 체계에 도입해본 적이 없는 내용들이다. Literacy 영역에 있는 ICT, Financial, Cultural and Civic Literacy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필요에 의해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4C 영역이나 Character Qualities 역시 공교육에서 다루는 대상이 아닌, 사회생활을 통해 감각적으로 익혀지는 개인 품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제시된 그림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들이 1, 2, 3번에 해당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나머지 영역에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대한 변화의 흐름을 학교가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인해 발생한 괴리이다.

OECD에서도 Learning Framework 2030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2030년을 위한 새로운 역량체계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닝과 에듀테크의 차이

과거 에듀테크가 이러닝과 동일시되었던 시절에는 1, 2, 3번 역량과 관련된 Literacy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것에 이러닝 기술들이 주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이 시절에는 LMS라는 시스템만으로도 교육기관에서 필요로 하던 모든 것들을 지원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에듀테크라는 용어가 이러닝이라는 말 대신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교육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닝과 에듀테크의 차이를 언번들링이나 새로운 IT 기술과의 결합의 관점에서도 볼 수 있지만, 보다 본질적인 차이는 에듀테크가 지식전달보다는 앞서 이야기했던 소프트스킬이나 역량 부분에 훨씬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반대로 보면 이러닝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반면, 에듀테크는 학습 활동 데이터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SCORM과 같은 표준을 밀어내고 Caliper나 xAPI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표준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기술 표준 또는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트렌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교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법하다. 특히 우리는 고도의 ICT 환경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보수성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 내 휴대폰 사용금지로 인해 BYOD는 꿈도 꾸지 못했고, 열악한 무선인터넷 환경과 노후장비에 대한 교체가 늦어짐에 따라 학교내 DT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가까웠다. 

“PISA 2018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한국 학생들의 ICT 접근성과 교과 활용도 분석”을 주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모든 교과 수업(9개) 시간에 디지털 장비를 사용하는 비율은 2.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국인 OECD 3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8.22%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해 교사들의 ICT 역량이 높아졌다면, 이를 제대로 활용할 만한 정책들이 뒷받침될 경우 그동안 미뤄져왔던 학교내 DT는 어쩌면 손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내 시설과 장비만 바꾼다고 과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동안 교실바깥에서 이뤄졌던 교육활동은 지금껏 공교육의 관심영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교육이라는 명칭 하에 방치되었고, 때로는 이를 적대시하는 정책들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은 앞으로 학교와 교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일상 생활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넓은 범위에서 관심 있는 내용을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거나 친구들과 채팅으로 자료를 주고 받는 것도 학습활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에듀테크는 이처럼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학습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이러닝이 LMS와 콘텐츠 중심적이었다면, 에듀테크는 다양한 도구 그리고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플랫폼 중심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닝 산업이 교육환경을 지원하는 도구로만 여겨지던 시대에서 교육의 발전을 에듀테크적인 관점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교육박람회인 2019년 ‘벳쇼’에서 영국의 과학기술부 장관인 ‘크리스 스키드모어’가 발표한 연설문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We said we’d support and nourish innovators—the people who are trying to push the boundaries in edtech, who come up with new and sometimes unusual, remarkable ideas.

So, in 2019, working in partnership with Nesta, we launched innovation fund competitions for technology that is paving the way when it comes to assessment, essay marking, timetabling and parental engagement, in a drive to improve the workload and effectiveness of these areas of work. Nesta have already announced the winners of the first round, and they include what I believe are some really great products.”

교육의 다양한 이슈를 에듀테크 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고, 이것이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듀테크가 공교육의 혁신을 이끄는 데 있어 큰 기여를 하고 있음과 동시에 더 나아가 에듀테크 산업이 영국의 대표적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AC(After Corona) 시대의 교육 : 에듀테크의 역할과 기대

미네르바스쿨이 비대면 학습분야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일찌감치 비대면 방식으로 학생 모두가 전체 수업시간의 75% 이상을 완전하게 몰입(engagement)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Fully Active Learning’라고 한다. 통상 전통적인 수업에서조차 학습자의 수업 몰입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학생에 따라 단 10%에도 이르지 못하는 집중도를 보일 수도 있다. 온라인 학습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미네르바스쿨에서의 시도되었던 “완전한 몰입”의 성공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하나는 에듀테크적인 접근으로 이해해야한다. 제시된 그림의 왼쪽 장면은 미네르바스쿨의 수업방식이고, 오른쪽은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었던 Zoom의 화면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 둘의 차이를 금방 알아 차릴 수 있을까? 언뜻 보면 둘의 차이가 거의 없다. 

자세히 보면 왼쪽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장면에는, 위쪽에 제시된 학습자들의 색깔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습자의 집중도를 모니터링하는 결과가 화면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이다. 오른쪽 Zoom의 화면에는 그런 기능이 없어 학습자들의 상태가 따로 표시되고 있지 않다. 왼쪽 미네르바스쿨의 사례가 교육을 위한 실시간 서비스라면, Zoom은 일반적인 실시간 화상회의를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케이스일 뿐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Zoom의 역할은 지대했으나 그 역할이 ICT적인 접근에 머물렀을뿐 교육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이 정도의 기능만으로 학습자의 몰입을 완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실시간 화상 수업에 걸맞는 교수설계방식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적절한 방식의 교사 개입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에듀테크의 역할이 예전에 비해 훨씬 커진다는 것이고, 어쩌면 이러한 모든 교수법들이 에듀테크에 기반해서 제공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교사들이 에듀테크에서 제공하는 플랫폼과 도구 그리고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교육의 성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ICT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비대면 방식의 교육이 보편화될 경우, 교사가 존재하는 교실에서 이뤄지는 학습보다 교사가 존재하지 않는 온・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 교육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네르바 스쿨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대면교육과 비대면교육 간의 우월성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무엇이 더 교육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다. 대면과 비대면 환경이 하나의 틀 안에서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뿐이다. 학교의 역할과 교사의 역할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듀테크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담론도 함께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출처 : 쑥갓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