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일한지 2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러닝 내지 에듀테크(에듀테크는 이러닝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앞으로는 굳이 구분하지 않음)가 이렇게 주목받은 시절이 그간에 있었나 싶다. KERIS의 e-학습터, EBS의 온라인클래스가 초중고교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활용되면서 에듀테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향후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갈 ‘한국판 뉴딜’ 사업의 주요 테마로 선정된 것은 에듀테크 산업의 역사에서 전환기적 사건이다. 이 시기에 즈음해서 다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에듀테크 생태계다. 지금 이 시기에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번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국가 주도형 서비스의 중요성과 한계를 동시에 명확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것이 단순히 개인간의 의견차가 아니라 공공과 민간영역에서 생태계를 바라보는 입장차라면 이야기는 조금 심각해진다. 어쩌면 디테일에 악마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닝에 아직 마켓플레이스가 없는 이유 이글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이글을 썼던 시점과 지금은 환경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말하면 에듀테크 생태계의 당위성을 구구절절 다시 이야기해야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디에서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생태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로소 총론의 시대는 가고 이제부터는 각론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애플 iOS의 앱스토어가 새로운 모바일 시장을 열어가고 있을 즈음 구글의 생태계 전략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들때 애플의 iOS 생태계보다는 다소 느슨한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만약 구글이 애플과 같이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삼성, 화웨이, LG를 단지 부품 공급업체로만 활용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iOS 시장(23%) 대비 안드로이드 시장(74%)의 압도적인 스코어는 구글의 생태계 전략으로 출발한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성과는 안드로이드를 단순히 스마트폰의 OS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으로 인식한 것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애플과 다른 방식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he history of Android OS: its name, origin and more 여기에서 관건은 생태계를 주관하는 주체와 참여자의 역할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역할의 경계선이 모호하고 경계선의 위상에 따라 생태계의 모습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가 될 수도 있고 구글플레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에듀테크 생태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을 정의하고 각각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에듀테크 이해관계자들은 크게 보면 공공, 민간, 학교로 나눠질 수 있다. (물론 공공도 각 정부부처, 공공기관으로 세분화 될 수 있고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도 주요한 이해관계자임에 분명하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내용을 이야기할 경우 이야기의 복잡성이 높아지므로 단순화한 것이다.) 이 경우 공공의 주요 역할은 중립적 위치에서 생태계를 주관하는 것이고 민간은 공급자이고 학교는 소비자가 된다. 여기서 관건은 공공의 역할이이다. 공공의 역할은 단순히 심판자의 역할뿐 아니라 주요 공급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교육이 갖는 특수한 환경때문이다. 바로 데이터와 콘텐츠 환경이다. 공교육 전반에 걸쳐 발생되는 학습과 관련된 주요한 개인정보들이 보건복지분야의 개인 의료정보와 마찬가지로 공공영역에서만 저장되고 민간 영역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방식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콘텐츠 부분도 기존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기관에 존재하는 콘텐츠들을 통합 리포지토리 개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민간영역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역할을 공공에서 시스템 완결성을 갖는 방식이 아닌 API 방식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민간의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기관과 민간이 비대칭적 경쟁을 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Open Government 정책하에 Data.gov 서비스를 통해 각 분야의 데이터셋(Dataset)을 개발하고 민간영역에 오픈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 있으며 산업생태계가 이런 개방성 기반위에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으나 다수의 파일형식의 자료를 제외하고 교육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픈 API 데이터셋은 오늘 날짜 기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https://www.data.go.kr/tcs/dss/selectDataSetList.do?keyword=&brm=교육&svcType=&instt=&extsn=&recmSe=N 이를 통해서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은 적어도 교육분야에 있어서는 공공과 민간간의 소통이 데이터 관점에서는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공영역에서 민간을 소통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필요한 시스템을 대신 개발해주는 용역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에듀테크 생태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공공과 민간과의 관계가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나 데이터로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성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 오픈 API”와 같은 정보가 민간에 공개되어 어플리케이션화 되는 것처럼 교육 정보가 공유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태계가 동작할 경우 민간 영역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도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겠지만 이 데이터를 다시 공공영역에 모으고 NEIS와 같은 공공 영역의 데이터와 또 다른 민간 영역의 데이터들과 연결해보는 시도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식별되지 않거나 익명성 정보만을 다룰 수 있는 민간 영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훨씬 풍성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에서 이와 같은 다양한 데이타셋(DataSet)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민간에게 개방만 해준다면 교육 분야에서 새로운 데이터 생태계가 출현할 지도 모른다. 굳이 데이터 시대를 강조했던 마윈의 이야기를 다시 소환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모든 산업에서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데이터가 예전과 같은 방식의 정형화된 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변화되고 점점 비정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점점 고도의 전문 영역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것을 민간영역에서 시도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공공 영역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의 통합, 표준화, 상호연계성 등도 주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도 필요하며 학교나 선생님이 콘텐츠를 활용하고 공유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지적재산권 문제 또한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 부분만 해결된다 하더라도 선생님들간의 커뮤니티내에서만 조용히 유통되고 있는 좋은 콘텐츠를 사회적 공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띄는 부분만 이야기를 했음에도 생태계 안에서 기대되는 공공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고 시간도 예산도 꽤 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므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 긴호흡으로 그 준비과정을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비록 공공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영역에 못지 않게 민간 영역과 중간지점에서도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공공 영역만큼 이야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다음글에서 이어지도록 하겠다.   출처 :쑥갓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