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October 14일

이러닝에 아직 마켓플레이스가 없는 이유

제목을 듣자마자 반박할 수도 있겠다. 유데미(Udemy.com)는 그럼 뭐냐고.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유데미는 교육분야에서 드물게 오픈마켓으로 성공한 회사니까. 하지만 소프트스킬(Soft Skill)이라는 제한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기도 하거와 애플뮤직이나 넷플릭스 그리고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아마존과 같은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책과 같은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들과 비교했을 때는 유데미를 교육계의 마켓플레이스 대표 주자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을 뿐이다.

애플이나 구글은 이미 교육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플랫폼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긴 해도 전 영역의 교육 콘텐츠를 망라해서 서비스 할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은 없다. 아마존도 얼마전 인스파이어(https://www.amazoninspire.com)라는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후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이트의 로고에 베타딱지를 떼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교육 분야에 마켓플레이스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이 다른 콘텐츠 분야달라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 왜 음악, 영화, 책, 소프트웨어, 게임과는 달리 교육 콘텐츠는 마켓플레이스 적용이 쉽지 않을까?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있나해서 인터넷을 살펴봤지만 구글 검색에서 조차 잘 검색되지 않았다.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교육분야는 다른 콘텐츠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거나 혹은 상상의 범위 밖에 존재하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라는 뜻이다.

멀리가지 않더라도 우리 교육서비스의 현실을 둘러봐도 왜 교육분야의 마켓플레이스가 어려운 이야기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러닝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두 공급자인 EBS와 메가스터디는 공급자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사이기도 하다. 이들 두 공급자의 콘텐츠는 각각의 사이트에서만 서비스받을 수 있을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서비스 받을 수는 없다. 이건 자격증, 어학, 직무, 인문학 강좌도 마찬가지다.

왜 교육 분야에서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가 없으며 왜 교육콘텐츠는 다나와나 에누리를 통해 비교 검색할 수가 없는 것일까? 왜 교육 콘텐츠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스팀(STEAM)과 같은 데서 하듯이 파격적인 할인받을 수 없을까? 이 질문들은 앞서 제기되었던 교육에서 마켓플레이스가 불가능한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같은 대답을 찾는 것이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는 교육 콘텐츠가 다양한 측면에서 음악, 영화, 책, 소프트웨어, 게임 콘텐츠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첫째는 교육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완결적이지 않다는 것에 기인한다. 여전히 오프라인 의존적인 성격이 다른 콘텐츠에 비해 강하다는 것이다. 다른 콘텐츠는 온라인 콘텐츠 그 자체로 어느정도의 콘텐츠 소비 행위에 완결성을 갖는다. 콘서트나 영화관을 가지 않더라도 멜론에서 음악을 듣거나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은 충분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굳이 부족한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매번 영화관이나 콘서트장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온라인 콘텐츠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프라인의 성격은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콘텐츠의 소비행위로만 완결성을 따지기가 힘들다. 교육은 그 뒤의 결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능 사이트에서 강의를 듣는 이유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고 토익/토플 시험에서 높은 시험을 얻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대한 기대와 의존도가 더 높은 편이다. 온라인 강의만큼 오프라인 시장이 여전한 이유이다. 반대로 보면 온라인 콘텐츠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BS 강의만으로 좋은 수능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학원과 과외선생님을 찾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자기 자신의 성찰활동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교육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인데 이는 온라인에서 교육 콘텐츠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한 개인의 성찰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들이 온라인에서 제공되고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각 교육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개별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것이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통합환경에서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구현되기 어려운 두번째 이유이다.

교육 서비스는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겠지만 유아, K12, 고등, 평생교육 등 연령에 따른 수직적 구분과 언어, 자격증, 인문학, 직무, 소프트스킬 등 콘텐츠의 성격에 따른 수평적 구분 등 매우 다양한 다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코딩교육과 성인을 위한 코딩교육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하더라도 다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이유다. 현존하는 다양한 교육 서비스가 통합되지 않고 개별화되어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각각 매우 다른 방식의 성찰활동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서비스의 다면성은 음악 플레이어와 비디오 플레이어 기능을 통해 통합 서비스하고 있는 음악과 영화시장을 가르는 가장 큰 구분점이다. 유데미가 일부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애플, 구글, 아마존이 쉽게 교육 포털을 시작하기가 힘든 이유이다. 교육에 대한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담보하기가 힘들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되고 있는 교육의 트렌드를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사실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교육쪽 마켓플레이스는  앞으로도 의미가 없고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다르게 이야기하면 앞서 이야기했던 교육의 오프라인 성격과 다면성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앞서 교육에 있어서 콘텐츠 공급자와 유통이 합쳐져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한다. 제작과 유통이 쉽게 나눠질 수 있다면 마켓플레이스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마켓플레이스 개념이 교육계에 쉽게 도입되기가 어려웠던 세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습자는 콘텐츠를 단순하게 소비만하는 소비자라기 보다는 보다는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이때 공급자는 단순 유통업체가 해결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학습자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데 이것이 개별 전문성을 기반한 교육서비스가 이뤄지는 이유이다. 이 이야기는 업계에서 네이버, 다음이 시도했던 교육포털 서비스의 실패를 되짚으며 논의되었던 주요 이슈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논의들을 무색하게 만든 다양한 서비스들이 공공영역과 민간서비스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서 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바로 MOOC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가 비로소 나눠지는 제대로 된 사례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OCW와 MOOC를 가르는 여러 잣대중 하나는 콘텐츠의 오너쉽에 대한 부분이다. 자체적인 콘텐츠 서비스 브랜드를 버리고 대학들이 모여 하나의 서비스 우산아래에 뭉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갖가지 다양한 MOOC 현상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공급자와 유통이 분리되었다는 의미는 마켓플레이스의 가능성을 논의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쪽 마켓플레이스는 언젠가 다시 우리앞에 등장할 이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나 스팀(STEAM)과 같은 모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MOOC의 성격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다만 MOOC가 아직은 고등교육 플랫폼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점과 교육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의존성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K12나 다른 영역으로 쉽게 전파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이 부분을 보완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뜬금없이 던져진 우문이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단 와중이라 적절한 대답을 찾기위해 궁싯거리던 중 누군가 현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글을 올린다.

 

출처 : 쑥갓선생